15. 신앙 여정의 세 단계.

2019. 10. 30. 09:24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도시 안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여행

 

 

여행은 늘 새로운 장소만 찾아가지 않는다.

이미 방문했던 장소도 갈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한다. 여행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도시의 문화에 완전히 녹아버려 호흡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도시를 흐르는 정맥에서 미세한 모세혈관까지 느낄 수 있게 된다.

 

여행지에 처음 갈 때에는 주요 관광지를,

두번째 갈 때에는 알려진 장소를,

세 번을 넘어가면 나만의 비경을 발견한다.

그럴수록 도시의 생명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새로운 여행 경험이 쌓여가면서 보지 못한 놀라움을 하나씩 발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가 아닌 혼자서도 그 장소를 찾아가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도 놀라움을 전해준다. 처음 떠나는 발걸음은 두려움과 기대가 섞여 있다. 한 번 두 번 여행이 반복될수록 도시에 대한 믿음이 생겨난다. 안정성에 대한 믿음뿐만 아니라 도시만이 전해주는 느낌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도시에 대한 믿음은 그 안에 숨겨진 다양한 보물을 찾아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도시를 향한 희망이 생겨난다. 구석 구석에 숨어 있는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알려지지 않은 좋은 카페나 맛집을 만나기도 하며 도시 안의 사람들의 변화에 함께 동참하게 된다. 

 

희망과 기대가 커질 수록 다른 이의 손을 잡게 된다. 내가 느꼈던 좋은 감정과 느낌을 함께 공감하고 싶어 진다. 나만의 장소는 함께 하는 장소가 되고, 나만의 추억은 누군가와 함께 하며 깊은 추억이 된다. 나의 마음을 다른 이에게 기꺼운 마음으로 전해주는 사랑의 행위가 된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요한 13,34

 

 

믿음은 희망을, 희망은 사랑을 불러온다.

 

 

신앙 생활도 같은 맥락이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각각 다른 시간대를 기반으로 한다. 과거의 경험 안에서 발견하는 하느님에 대한 체험은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자라난다. 멀리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성경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지금 나의 일상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가운데 하느님을 느낀 만큼 우리의 믿음은 자라난다. 이 믿음은 강요에 의한 것도, 당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의 역사 안에서 내가 느낀 만큼 자라나게 된다. 만약 좋은 가이드를 만날 수 있다면 그 믿음의 성장을 더욱 빨라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느끼고 깨닫고 발견한 만큼 믿음은 자라나게 된다.

 

그분이 나와 늘 함께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때, 우리는 미래를 희망하게 된다. 나와 함께 하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게 될수록 미래에 대한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 내가 만난 하느님에 대한 느낌과 감정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일관성을 기대하게 된다. 믿음이 클수록, 믿음이 가지는 결에 따라 희망의 크기와 방향은 달라진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느님에 대한 이미지에 따라 이루어질 꺼라 희망하는 약속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내가 믿는 만큼 희망은 자라나게 된다. 죽음 넘어서의 약속까지.

 

희망이 커질 수록 지금 약속을 믿고 살아갈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느낄수록 지금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발견한 맛집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가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그저 마음 안에 담고 있는 사랑이 행동으로 드러나며 구체화되고 성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진 희망의 크기만큼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 바로 이 사랑이 이웃에게 흘러갈 때 우리는 이웃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

이 세 가지는 계속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 1코린 13,13

 

 

기억하자.

나를 알고 느끼는 만큼

믿고 희망하며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