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더 멀리 더 빠르게 가기 위한 자세 : 자기 절제

2019. 11. 1. 20:21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여기까지 왔는데 저거 한번 먹어봐야지"

"왜 내 말을 안 듣고 너희 마음대로 일정을 정하는데?"

"나만 따라와! 내가 알아서 다 해줄게!"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긴다.

때로는 의견 다툼으로 갈등이 벌어지고 때로는 너무 많이 먹어서 못 움직이고 소화시키다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가 일정이 꼬여 민망한 일도 생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라고 넘어가고 싶어도 같이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민폐가 될 뿐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따라가기만 하면 여행의 의미가 없다. 개인만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절제이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도록 중심을 잘 잡으며 함께 걸어가는 자세이다. 아무리 맛있어도 여행이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맛을 보고,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서로의 거리를 지켜주며 소장욕구가 솟아오르는 물건도 내가 가진 여행 비용과 가방 크기를 고려한다. 내 의견만 너무 주장하지도 않는 동시에 따라가기만 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내 체력이 좋다고 다른 사람을 끌고 가지도 않고 내 안의 에너지를 잘 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자기 절제를 잘할 때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까?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하는 이들과 서로의 목적을 이야기하며 큰 주제를 정한다. 그리고 서로 어떤 방식으로 여행을 즐길지, 어느 정도까지 자유롭게 행동할지를 맞추는 작업을 한다. 여행을 떠난 후에는 서로 합의한 주제와 일정을 틀로 하며 서로 조율을 하면 여행을 다채롭고 풍요로울 수 있다.

 

때로는 하루씩 돌아가면 여행 콘셉트를 잡고 그 사람의 일정을 따라가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오전에는 함께 움직이고 오후에는 자유 시간을 주어 각자 자신의 원하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다. 저녁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여행 경험을 나누면 금상첨화가 된다. 이렇게 목적과 일정을 분명하게 잡고 그 안에서 움직일 때 여행은 보다 풍성해진다.

 

 

원인을 알면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신앙의 여정도 닮았다.

여행에서 생기는 다양한 갈등은 목적을 잊고 서로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할 때 생긴다. 신앙 여정의 길을 벗어나게 하는 것을 유혹이고 유혹에 빠져 죄를 짓게 만드는 원인은 죄의 뿌리라고 부른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 뿌리를 크게 일곱 가지로 구분한다.

 

 

과식 혹은 절식하게 되는 식욕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색욕

물질에 대한 과도한 소유욕인 탐욕

내면의 에너지를 잘못 표출하는 분노

사람 사이의 관계에 따른 시기와 질투

의욕을 잃고 안주하고픈 나태

자신이 전지전능하다고 착각하는 교만

 

 

신앙 여정의 목적을 잊고 자신을 조절하지 못할 때 생기는 죄의 뿌리들이다. 식욕과 색욕과 탐욕이 육체와 물질에 관련된 죄의 뿌리라면 분노와 시기 질투는 감정과 정신에 연결되는 죄의 뿌리들이다. 나태와 교만은 영성과 관련된 죄의 뿌리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나쁘기만 할까? 

 

밥을 먹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세상 안에서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질이 부족하면 삶에 어려움이 커지고 감정이 없는 사람은 삶의 활력을 잃어버린다. 경쟁은 오히려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이 되고 휴식이 없으면 지쳐 쓰러지게 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는 삶은 끔찍하다.

 

죄의 뿌리들은 우리 삶에서 없으면 안 되는 요소이다.

다만 뿌리들에 끌려갈 것이냐? 아니면 스스로 절제하며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냐라는 선택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조절하면서 살아가는 자세를 겸손이라고 부른다. 자기 절제의 삶은 겸손의 삶으로 이어지며 신앙 여정의 목적지를 나아가는 건강한 자세이다.

 

 

 

기억하자.

나를 알고 나에 맞는 속도를 찾을 때

더 멀리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