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웃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2019. 10. 23. 07:00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내가 가진 만큼 여유가 달라진다.

 

 

한 달 용돈이 만원이었을 때 친구가 만원을 빌려달라고 하면 당차게 거절한다.

한 달 용돈이 10만 원이 되었을 때 친구가 빌려달라고 망설이게 된다.

한 달 월급이 100만 원을 넘게 받을 때에는 기분 좋게 빌려줄 수 있다.

 

같은 사람이 같은 만원을 빌려달라고 해도 자세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일까? 아니다. 마음의 여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지 모르기 상황에서 쉽게 빌려줄 수는 없다. 아니라고?  tv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물론 그동안 우정을 쌓아가며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형성이 되었다면 기꺼이 빌려줄 수도 있다. 상대가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한다는 믿음과 내가 힘들 때에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대면 대면한 사이에서 이런 요구를 들어준다면 빌려준 돈 때문에 자신의 마음만 전전긍긍하게 된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불린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웃 사랑을 하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기분이 든다. 자신이 제대로 된 신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거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치부하며 힘들어한다. 또 이웃 사랑을 강요하며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과연 이웃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는 신앙생활을 할 자격이 없는 걸까?

 

물겁에 물을 계속 부으면...결국 넘치게 된다.

 

물컵에 물이 조금 있으면 목마름을 해결하기 힘들다.

그러나 컵에 물이 많아질 수록, 서로 돌아가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물을 계속 부으면 결국 컵에서 물이 넘쳐흐르게 된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사랑의 그릇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모르고 어떤 이는 사랑을 많이 체험했기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깨달은 만큼 나를 채울 수 있고 나를 많이 채울수록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다.

 

만약 사랑을 체험해 보지 못한 이가 의지적으로 사랑을 나눠주려고 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이웃을 사랑했다는 행위에 만족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지치고 힘들어진다. 나중에는 하느님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분노까지 느끼게 된다. 아무리 의지가 좋아도 몸과 마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 안에 하느님 사랑을 채우는 만큼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의미와 성장을 체험하게 된다. 하느님을 먼저 알아가고 그분과의 관계가 튼튼해지는 정도에 따라 이웃 사랑은 자연히 뒷따라오게 된다.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랑의 연결이 될 때 우리의 신앙 여정은 더욱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된다.

 

 

기억하자.

사랑하는 이는 사랑하는 대상을 닮아가게 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만큼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