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단체 활동. 꼭 필요할까?

2019. 10. 21. 08:35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빈 성당에 가만히 앉아서 기도하면 경건해진다.

무언가 따스함이 느껴지고 차분해지며 안정된 기분이 든다. 이것이 신앙의 힘일까? 다른 장소에서 느끼기 어려운 성당 만의 매력이 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나를 향한 예수님의 시선을 느끼는 것도, 성당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살도 좋다. 잠시 머무는 이 시간이 행복하게 다가온다.

 

미사를 끝나고 나며 성당 사람들이 이런저런 모집을 한다. 성가대, 전례단, 레지오 등 많은 단체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면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즐거울 것 같지만 망설여진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처를 받지는 않을지, 오히려 이런저런 갈등만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어 왔는데 혹여나 사람 관계로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2018년 노량진 성당 복사단 입단식 중

 

신앙생활을 하면서 오는 큰 고민 중 하나는 공동체 생활이다.

나는 아직 부족한 느낌인데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기 망설여진다. 혼자서 신앙생활을 해도 기쁘고 편안한데 괜히 심란해지지 않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셨듯 나도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마음에 걸림돌이 있다.

 

사람은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돕고 살 때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와 만나면서 내 생각도 커지고 미처 몰랐던 부분도 깨달으며 성장할 수 있다. 서로가 신뢰를 가지고 같은 목적을 추구할 때, 우리는 보다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수험생 어머니 기도 중... 서로 다른 사람이 함께 모여 기도하면 더 풍성해진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만난 하느님이 다르고, 각자가 느끼는 하느님이 다르다. 서로 자신의 신앙 체험을 나누며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넓혀나갈 수 있다. 아직 미성숙하다면 신앙의 길을 먼저 걸어간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언가 혼자 할 때 자신이 체험한 하느님을 더 깊게 추구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만의 하느님을 만들어 버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신앙생활은 함께 할 때 안전한 길로 걸어갈 수 있다. 그렇다며 언제 어떻게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 좋을까?

 

 

 

 

 

 

두루미와 여우의 이야기를 기억하면 좋겠다.

두루미는 목이 긴 병을 사용할 때 먹기 편하고 여우는 넓은 그릇을 사용할 때 먹기가 편하다. 두루미가 넓은 그릇을 사용하면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여우 역시 목이 긴 병을 사용하면 불편하다. 이처럼 공동체 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자신의 상황과 성향에 맞는 단체를 선택하면 좋다. 본당 공동체 내에 다양한 단체들이 있고 각 단체는 나름의 영성을 가지고 있다. 이 안에서 자신에게 맞는 단체를 선택하면 신앙 생활에서 많이 배우며 성장할 수 있다. 

 

 

기억하자.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