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2025. 11. 23. 05:002025년 다해

주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신학생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부제품을 받기 직전입니다

평신도로서 삶을 마무리하고

이제 성직자로 살아간다는 사실에

큰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직 나는 부족하지 않은가?

내가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당장 본당에 가서 행정적인 부분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생각을 거치게 되자

점점 나의 나약함과 부족함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지금 생각에만 머물러 있기보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왔던 길을 살펴보았습니다

방학 때마다 보좌 신부님을 따라다니며 체험한 것들

주임신부님이 자주 시키셨던 강론들

학교에서 봤던 책들과 썼던 리포트와 논문

그리고 기도의 흔적들까지

 

결국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 안에 이미 시작되었던 길이

서품을 받음으로서 열매를 맺어갈 수 있는 시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작은 내가 걸어온 과거를 기반으로 하기에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가며 얻게 된 경험과 체험은

아픙로 걸어갈 길에 전해줄 사랑의 향기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전례력상 한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오늘도

같은 마음입니다

마지막이라고 하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설렘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라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마지막이 심판의 때라고 생각된다면

그저 피하고 싶은 시간이 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점검의 때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

하느님께 대한 믿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 중의 왕이시며

우리를 위한 사랑으로 자신을 내어주셨고

부활을 통해 우리를 당신 나라로 초대하셨다는 믿음

이 믿음을 통해 우리는 모두와 하나 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예수님이 아니라

내가 느끼고 체험한 예수님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십자가의 고통과 수난 죽음을 바라보며

두려움보다 그분의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그분과 함께 낙원에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 생각에만 멈춰있기보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이미 걸어온 여정 안에 담긴 하느님을 바라보며

오늘 새로운 시작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

그런 한 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