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6. 18:31ㆍ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어떤 대상을 믿기 위한 첫걸음은 과거를 살피는 일이다.
실제 눈 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첫인상만으로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 상대의 행적을 살피고 따라가다 보면 지금의 모습이 더 잘 이해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당연히 경험을 공유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는 얼마든 조작될 수도 있다. 당사자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서 지금의 시선으로 판단하면 실수하기도 한다. 그래서 과거는 제대로 살필 때 신뢰의 기반이 된다.
신앙에서 성경은 하느님의 역사가 담겨진 책이다.
하지만 하느님이 직접 쓰지는 않았다. 하느님이 직접 쓰셨으면 하느님에 대해 보다 많이 알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기록했다. 하느님을 체험한 이들이 기록했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살아왔던 제자들의 증언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성경을 이렇게 말한다.
성령의 감도를 받은 성사가들이 쓴 책
하느님을 체험한 이들이 자신의 신앙을 자신의 언어로 쓴 책이다. 자연히 성서를 볼 때에는 3가지를 염두해야 한다. 하나는 그들이 체험한 하느님은 어떤 분이실까? 하느님의 뜻을 찾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성서를 쓴 사람들의 환경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어떤 언어로 표현했고 어떤 환경에서 글을 썼을까? 문명이 발달하며 풍성해진 언어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단어와 과거의 인물이 사용한 단어의 의미는 같지 않다. 또 당시의 기후 환경과 지금은 다르다. 따라서 당시의 문화와 풍습을 알지 못하면 성사가들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점이다. 책을 읽는 독자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변화를 가지며 지금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될지 생각해야 한다. 만약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성경은 그저 옛날 책일 뿐이다.
성경을 읽을 때 고려해야할 요소
하느님의 뜻, 집필된 환경, 지금의 나
성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 담겨 있는 구약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제자들의 활동이 담겨 있는 신약 성경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구약과 신약이 나눠진다. 옛 계약을 의미하는 구약성경은 크게 모세오경(모세가 쓰였다고 전해지는 다섯 권의 책)과 역사서(이스라엘의 역사 중심. 특별히 왕들을 중심으로 쓰여있다)와 예언서(예언자들의 글. 분량에 따라 대예 언서와 소예 언서로 나눠진다) 그리고 시서와 지혜서로 나눠진다. 신약 성경은 예수님의 이야기가 담긴 복음서와 사도들의 활동이 담긴 사도행전, 사도들의 편지들인 바오로 서간과 사목 서간 그리고 묵시록으로 나눠진다. 구약 성경 46권에 신약 성경 27권 총 73권의 책으로 되어 있다.
성경을 왜 읽어야 할까?
과거의 하느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며 오늘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모든 인류를 위한 사랑을 느끼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 자연히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기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성경은 역사의 순서가 아닌 신앙의 눈으로 봐야 한다. 그 안에 담겨져 있는 말씀을 문자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위험하다. 종교 재판처럼 잘못된 과거를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영성적으로만 해석해도 위험하다. 자의적인 해석은 나만을 위한 하느님을 만들어낼 위험성이 있다. 오히려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사제와 수도자들, 영성적으로 진보한 이들의 도움을 받아 읽는다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읽을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 읽는 것이 좋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성경을 읽는 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러니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읽어도 좋다. 다만 조금은 맥락을 따라가고 싶다면 전례력에 따라 읽고 미사에 참례하며 사제의 강론을 통해 도움을 받아도 좋다. 성경에 대해서 접해본 적이 거의 없다면 우선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담겨 있는 복음서를 먼저 읽자. 그리고 사도들의 편지들을 통해 현실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생각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성경에 대해 다각적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교구에 있는 성경 공부 프로그램이나 본당 내의 성경 공부 프로그램 혹은 통신 성경 공부 등을 통해서 공부하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좋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 성 예로니모
성경과 성서?
어떨 때에는 성경이라 부르고 어떨 때는 성서라고 불린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종교의 경전으로 생각하여 대하면 성경이 올바른 표현이다. 하지만 하나의 책으로 대할 때에는 성서라고 부른다. 차이는 읽는 사람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종교의 경전으로 대한다면 책에 이런저런 표시를 하거나 줄을 긋거나 하기 어렵다. 또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신성을 모독하는 느낌이 들어 쉽지 않다. 그러나 성경에 담긴 하느님의 뜻뿐만 아니라 성서가 쓰인 연대와 환경, 저술한 저술가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쉽게 다가가야 한다. 그럴 때에는 성서 공부라고 표현한다.
종교마다 권수가 다른 이유는?
유다인들은 히브리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배를 간 이후 해외에 살고 있던 이들은 당시 국제어였던 그리스어를 사용하였다. 점차 해외에 살던 유다인들은 그리스어만을 사용하고 히브리어를 잊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히브리어 성경은 희랍어 성경으로 번역하게 된다.(일명 칠십인역 성경)
번역하는 가운데 히브리어 성경과 희랍어 성경에는 권수의 차이가 오게 된다. 특히 기원후 90년경 유다인들이 성경 목록을 정할 때 히브리어 성경만을 인정하면서 차이는 확정이 된다. 따라서 성경은 공적인 권위를 가진 정경과 조금 부족하지만 인정을 받는 제2경전(희랍어 버전에만 있는 성경)과 인정받지 못한 외경으로 구분된다. 개신교의 경우는 제2경전을 외경으로 여기면 인정하지 않았다. 히브리어 번역본의 구약 성경만 인정한 개신교는 구약성경 39권과 신약성경 27권 총 66권 만을 경전으로 인정한다.
함께 보면 좋은 책
김혜윤 수녀 - [성경 여행 스케치]
바바로 보우엔 - [영성으로 읽는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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