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7. 09:31ㆍ천주교 신앙 생활 가이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로맨스는 구약 성경에 담겨 있다.
서로 만난 이야기부터 싸우고 헤어졌던 이야기, 때로는 질투에 빠지거나 때로는 권태기를 느껴 멀리 했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화해하고 함께 하는 이야기까지 담겨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 하느님과 그 분과 세상을 저울질하던 백성의 모습을 통해 나와 하느님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구약성경의 전체적인 흐름은 간략히 정리해 보자.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아브라함은 길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간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자손 번성과 약속의 땅 그리고 함께 해 주실 것을 약속해 주신다. 아브라함과 그의 아들 이사악과 이사악의 아들 야곱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야곱의 열두 아들 중 하나인 요셉은 형들의 질투로 이집트로 팔려가게 된다. 하느님과 함께 하며 이집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요셉은 이집트의 총리까지 되었다. 전국적인 기근이 발생했을때 야곱과 그의 가족은 식량을 얻기 위해 이집트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요셉을 만나 다시 화해를 하고 자리를 잡는다.
시간이 흘러 이집트 내에 이스라엘 민족이 많아지자 파라오는 이를 경계하여 박해를 한다. 사내아이를 죽이고 강제 노동을 부여했던 시기에 모세가 등장한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모세는 하느님의 명에 따라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킨다. 열 가지 재앙 끝에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풀어주고 백성은 홍해를 건너 약속의 땅으로 향한다.
광야에서 십계명을 받는 등 하느님 백성으로의 정체성은 점점 더 커진다. 야곱의 열 두 아들의 후손들로 열 두 지파를 형성하여 약속의 땅으로 나아간다. 한 세대가 지난 후 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이 가나안으로 들어간다.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를 중심으로 예리코 성을 필두로 가나안에 있던 부족들을 몰아내고 이스라엘 백성이 자리를 잡게 된다.
시간이 지나 주변국과 이방 민족들의 침입에 지친 백성은 왕을 요구하게 된다. 이에 사울을 첫 왕으로 세우고 이스라엘 왕국은 시작된다. 그러나 하느님의 명을 어겼기에 이내 다윗이 왕이 되어 하느님을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왕국이 시작된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죽은 후 왕국은 둘로 나눠져 이어진다. 열 개 지파를 중심으로 하는 북이스라엘 왕국과 유다 지파를 중심으로 두 지파가 이룬 유다 왕국이다. 시간이 지나며 외세의 침략에 의해 북이스라엘 왕국이 먼저 멸망하게 되고, 남유다 왕국도 곧이어 멸망하게 된다.
나라가 없어진 자리에는 평민들이 남아 땅을 지켰고 생존을 위해 이방민족과도 결혼을 하기도 했다. 반면 나라의 고위층은 바빌론으로 유배를 끌려가 오랜 시간 약속의 땅에서 벗어나 살아가게 된다. 이때부터 다른 나라로 흩어진 유다인 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나라가 멸망한 이유에 대한 신학적 고찰이 진지하게 시작된다. 이때 자신들만의 민족신의 개념에서 창조주 하느님의 개념으로 발전하게 되고 자신들이 하느님을 따르지 않았기에 벌을 받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덕분에 성전의 시대에서 율법을 중심으로 하는 시대가 왔다.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를 통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유다민족은 성전을 다시 쌓고 나라를 재건하기 시작한다. 페르시아의 멸망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민족의 지배를 받게 된 이들은 독립에 대한 운동을 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로마의 지배를 받으며 다시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며 메시아를 기다리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이다.
성조(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의 이전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 앞의 내용은 세상과 하느님과의 관계, 인간 창조의 의미, 죄와 악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담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역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아브라함부터 시작하곤 한다.
구약 성경을 이루는 책들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모세 오경 : 창조 이야기부터 광야에서 시간까지.
역사서 : 가나안 입성부터 이스라엘의 멸망이야기까지.
예언서 : 가나안 입성 때부터 활동한 예언자부터 유배 후 정착 이야기까지.
시서와 지혜서 : 보통 다윗 시대부터의 사람들이 찾은 세상에 담긴 지혜 이야기들.
단, 미리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역사서라고 해서 실제 역사를 시간과 사건 순으로 적지는 않았다.
오히려 왕들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역대기와 열왕기) 기록을 한 책이다. 즉 사건의 의미를 중심으로 기술했기에 서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또한 역사서 역시 하느님의 뜻이 어떻게 적용되는 지를 보여주기에 전기 예언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예언서는 미래의 일을 미리 예측한 책은 아니다.
예언은 지금 이 시대에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행위이다. 따라서 율법에 따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상을 받고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을 테니 지금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중심이다. 역사서를 전기 예언서로 부르는 것에 비해 예언서는 후기 예언서로도 부르기도 한다.
성경은 어느 한순간에 한 번에 기록된 책이 아니다.
말로 전해오던 내용을 정리하며 적었기 때문에 그 안에는 다양한 전승이 발견된다. 때로는 모세의 장인의 이름이 두 개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방식의 창조 이야기가 나온다. 가나안 땅을 한 번에 정복한 것처럼 나오기도 하고 서서히 정복한 것처럼 나오기도 한다. 이는 전해진 전승을 하나하나 사실을 따지기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살리기 위해 모두 기록되어 생기는 문제이다. 따라서 성경을 읽을 때에 부분 부분만 강조해서 읽으면 오해를 할 수 있으니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살펴야 한다.
시서와 지혜서는 이스라엘 백성만의 깨달음이 아니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기에 그 안에는 하느님의 뜻이 담겨 있다. 창조 질서가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이 찾아낸 인생의 지혜뿐만 아니라 주변 민족과 국가 안에서 전해지는 지혜 또한 그 뜻이 하느님과 연관되어 있다면 받아들였다. 따라서 지혜서에는 다른 민족들 혹은 일반적인 교훈 이야기까지 포함되어 있다.
사실과 진실을 잘 구분해야 한다.
성경 말씀을 역사적 사실로 틀림이 없다고 받아들인다면 성경 안에서 서로 어긋나는 진술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성서를 기록한 이들의 당시 체험이 어떤 의도로 남겨졌는지를 살핀다면, 곧 그 안에 담긴 진실을 바라보려 한다면 서로 부딪치는 내용이 오히려 풍성한 의미로 전해지게 된다.
참고하면 좋은 책
바바라 보우윈 - 영성으로 읽는 성경
김혜윤 - 구약성경 통권 노트
정태현 - 성서 입문 상권 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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