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오늘은 주님이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나심을 기억합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지만

우리들이 그분을 알아볼 수 있도록

특별한 표징과 하느님께 사명을 받은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때가 차자 하느님은 직접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그분의 모든 영광을 내려놓으시고

작고 연약한 사람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그분의 오심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머나먼 동방에서 박사들이 빛을 알아보고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누구나 눈을 들어 볼 수 있는 하늘의 징표를

유다인들은 보지 못했지만

이방인들은 알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하느님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는 것과

하느님의 뜻을 찾고 살아가는 지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이들은

적절한 계기가 찾아왔을 때 해석하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이 많다고 하여서

하느님의 뜻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지식을 넘어 지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 우리에게도 찾아옵니다.

많은 사제들이 같은 과정을 거쳐 성품 성사를 받았지만

지식을 채워간 이들과

지식을 체화시켜 지혜를 키워나간 이들은

사목에 있어 다른 결실을 맺습니다.

같은 예비자 교리를 들었지만

누구는 이내 냉담하여 하느님을 떠나고

누구는 더욱 깊은 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지혜로운 이들은 하느님을 찾습니다.

세상을 살면서도 하느님의 뜻을 알아보기에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가게 됩니다.

또한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가 봉헌한 예물이 그들의 믿음을 고백하듯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의 봉헌을 할 수 있습니다.

 

참된 임금이신 분께 황금을

참된 하느님이신 분께 유향을

참된 인간이신 분께 몰약을 봉헌한 것처럼

누구는 순명으로 자신의 의지를 봉헌하고

누구는 겸손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봉헌하며

누구는 정결로서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오늘 우리를 찾아오신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길 바랍니다.

성령과 함께 하느님 안에 머무는 가운데

떠오르는 주님의 빛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자녀 되어 그 빛을 향해 나가는

그런 한 주간 보내시길 바랍니다.